양귀자 『모순』 서평 — “살아가며 탐구하는 삶”
베스트셀러의 저력, 다시 읽을수록 새로워지는 인생 소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1) 책 소개 · 왜 지금 다시 『모순』인가
1998년에 발표된 양귀자의 세 번째 장편 『모순』은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양귀자 소설의 힘”을 입증한 작품입니다. 초판 이후 수차례 개정·중쇄를 거치며 “한 번만 읽지 않는 소설”이라는 명성을 얻었죠. IMF 시기에 던진 위로와 성찰이 20대였던 독자들을 지나 지금의 독자에게까지 이어지며, “내 인생의 책”으로 꼽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2) 줄거리 · 인물 구도 — ‘쌍둥이의 삶, 대비의 미학’
주인공은 스물다섯 안진진. 시장에서 내복을 파는 억척 어머니, 집을 비우기 일쑤인 아버지, 보스를 꿈꾸는 남동생과 산다. 여기에 일란성 쌍둥이인 부유한 이모가 대칭축처럼 놓인다. 가난하지만 분주한 어머니와, 풍족하지만 권태로운 이모의 삶을 사이에 두고 진진은 스스로 묻는다. “이 모순투성이인 세계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어머니↔이모: 빈곤/풍요, 분주함/권태 — 서로의 이면이 되는 쌍둥이 개념
- 진진: 방관과 냉소에서 벗어나 삶의 방향키를 잡아 가는 인물
- 가족 에피소드: 크고 작은 생활 장면들이 치밀한 문장으로 엮여 보편적 감정에 닿는다
3) 핵심 주제 — 반대어로 보는 삶, “모순을 이해하라”
작가는 행복/불행, 풍요/빈곤처럼 서로의 뒷면에 존재하는 쌍을 응시하게 만든다. 인간은 “각자 해석한 만큼의 생”을 살고, 해석의 폭을 넓히려면 사전적 정의를 넘어 반대어까지 함께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모순』의 독서는 곧 자기 삶의 해석 연습이다. 실수는 되풀이되지만, 반복을 통해 조금씩 나아지는 탐구의 리듬이 삶을 전진시킨다.
4) 서평 · 오늘 우리에게 『모순』이 주는 것
『모순』은 삶을 “되는 대로” 흘려보내지 말고, 적절한 순간의 전환을 위해 자신을 관찰하라고 권한다. 진진의 시선은 냉소에서 참여로, 방관에서 책임으로 이동한다. 그 궤적이 독자에게 “너의 방향키는 어디에 있느냐”고 묻는다. 화려한 담론 대신 생활의 언어로 말하는 문장, 반대 개념을 포개어 생각하게 하는 구성은 지금 읽어도 탁월하다.
- 이런 독자에게: 삶의 균형을 잃었다 느끼는 20–40대, 두 번째 커브를 고민하는 이들
- 읽기 팁: 밑줄/메모 권장. 1회차는 이야기, 2회차는 문장, 3회차는 나의 해석에 집중해 보자.
결론적으로, 『모순』은 우리에게 “모순을 견디며 해석을 넓히는 용기”를 선물한다. 인생은 탐구의 결과가 아니라 탐구하는 과정 그 자체임을, 이 소설은 조용하고도 단단하게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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