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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서평

『안녕이라 그랬어』 서평 - 공간으로 말하는 소설

by surmountmyself 2025.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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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 그랬어』 서평 - 공간으로 말하는 소설

김애란 작가가 8년 만에 발표한 신작 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는 그녀 특유의 예리한 감수성과 깊은 사회적 통찰이 녹아든 일곱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작품집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공간’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타인의 삶과 정서를 들여다보는 문학적 실험이자, ‘우리’라는 감각이 점점 희미해지는 시대에 던지는 조용한 질문이다.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이번 작품집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각 이야기의 중심에 위치한 ‘공간’이다. 「홈 파티」의 우아한 주택, 「좋은 이웃」의 전셋집, 「숲속 작은 집」의 여행용 단독주택까지—각각의 장소는 단순한 무대가 아닌, 인물의 내면과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거울처럼 기능한다. 김애란은 이 공간들을 통해 인간관계의 긴장과 이해, 침입과 연결이라는 복합적인 감정을 조명한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자리에 서보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 「홈 파티」 중

타인의 공간을 방문하는 행위는 단순한 물리적 이동이 아니라, 상대의 삶을 엿보고 나 자신의 궤적을 되짚는 계기가 된다. 김애란은 이를 통해 각자의 기준이 충돌하는 지점을 드러내고, 독자에게 감정적 확장을 제안한다.

‘나’에서 ‘우리’로 가는 어려운 여정

김애란의 질문은 현재 우리의 삶과도 맞닿아 있다. 물질과 숫자가 인간관계의 척도가 되어가는 세상에서, 타인과의 진정한 연결은 점점 더 요원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안녕이라 그랬어』는 포기 대신 “무엇이 지켜져야 하느냐”는 질문을 던지며, 연대와 공감의 감각을 다시 회복하고자 한다.

소설 속 공간에 들어가 본 이들이 마주하는 감정은 한결같이 차분하면서도 서늘하다. 그러나 그 서늘함은 단절이 아니라, 진정한 연결을 위한 이행의 통로로 작용한다. 그것은 김애란식의 ‘안녕’, 곧 이별의 인사이자 평안을 비는 인사로,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말이 아닐까.

결론

『안녕이라 그랬어』는 단순한 단편 소설집이 아니다. 이 책은 우리가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 나의 경계 바깥으로 걸어 나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 말한다. 읽는 동안 독자는 여러 공간을 거닐며 각 인물들의 사정에 귀를 기울이고, 어느새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누군가에게 묻는 “안녕”이라는 말이, 그저 형식적인 인사가 아닌 깊은 이해와 연결의 시작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많은 이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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