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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서평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서평

by surmountmyself 2025.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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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서평

거침없이 질주하는 서사로 성별 권력과 응시의 문제를 뒤집어 질문하게 만드는, 1992년의 충격이자 오늘의 문제작.

작품 한눈에 보기

저자 양귀자
발표/의의 1992년 장편. 출간 직후 페미니즘 논쟁을 촉발한 베스트셀러로, 한국 페미니즘 문학의 스펙트럼을 넓힌 작품으로 평가.
책소개 요지 젊은 여성 강민주가 인기 남자배우를 납치·감금·조종한다는 급진적 설정으로, 한국 사회의 성 불평등을 역전된 권력 구도로 드러낸다.
출판사 서평 핵심 여성 억압의 현실을 거꾸로 뒤집어 보여주는 공격적 전략, 사회적 의미를 스스로 부여하는 강렬한 주인공의 등장.

줄거리 (스포일러 최소화)

민주는 대중의 시선과 산업 권력의 정점에 있는 남자배우를 납치해 밀실로 데려온다. 그는 기존 질서 속에서 ‘응시하는 자/응시되는 자’가 바뀌는 실험의 대상이 된다. 민주가 설계한 규칙, 보상, 훈련, 서사는 배우의 신체와 언어, 시간까지 점유하며 점점 더 치밀해지고, 두 사람 사이에는 지배와 복종, 동조와 저항이 교차하는 위험한 긴장이 축적된다. 이 밀실은 사회의 축소판이자 권력의 실험실이다.

서평: 이 소설이 던지는 다섯 가지 질문

  1. 권력의 전복은 해방인가, 거울상(鏡像)인가?
    억압을 뒤집어 가해-피해의 위치를 바꾸는 전략은 즉각적인 카타르시스를 주지만, 동시에 폭력의 논리를 재현한다. 민주의 행동이 해방의 실험인지, 폭력의 반복인지 독자는 끝내 판단을 유예당한다.
  2. 응시와 상품화
    배우는 대중 소비와 미디어의 응시를 먹고 사는 존재다. 소설은 그 응시를 물리적으로 봉쇄하여, 누가 누구를 규정하는가를 극단으로 밀어붙인다. 시선의 주체/객체가 전복될 때 인간성은 무엇으로 남는가?
  3. 여성 주체의 ‘공격성’
    민주가 택한 방식은 온정적 피해자 서사를 거부한다. 위험하지만 선명하다. 90년대 초 한국 문단에서 보기 드물었던 여성 주체의 능동성과 분노의 언어를 전면화했다.
  4. 윤리의 경계
    독자는 불편함을 끌어안고 읽게 된다. 작품의 성취는 바로 이 불편함에서 나온다. 옳음/그름의 이분법을 넘어서 구조적 폭력과 개인의 선택을 함께 보라는 요구다.
  5. 지금 읽기의 의미
    #미투 이후의 감각으로 다시 읽으면, 작품은 단순한 복수담을 넘어 권력·성·산업의 삼각관계를 드러내는 텍스트가 된다. 당대의 파격은 오늘의 구조 비판으로 갱신된다.

인물/테마 핵심 정리

강민주

  • 자신의 상처를 신화화하여 존재의 근거로 삼는 인물
  • ‘통제’와 ‘연출’을 통해 세계를 재구성하려는 욕망
  • 해방의 주체이자 폭력의 재현자라는 이중성

남자배우(피포획자)

  • 대중문화 산업의 산물이자 응시의 대상
  • 밀실에서 산업적 권위를 잃고 ‘몸’으로 환원됨
  • 저항/순응 사이를 오가며 인간성의 잔여를 드러냄

주요 테마

  • 권력의 비대칭과 전복 · 응시/상품화 · 폭력의 순환 · 여성 주체의 언어 · 윤리적 딜레마

문체 & 서사 전략

‘거침없이 질주하는’ 속도감과 통제된 서술. 장르적 스릴러의 장치를 끌어오되, 목적은 쾌락이 아니라 질문의 가속이다. 독자는 플롯의 긴장과 사유의 불편을 동시에 견딘다.

오늘의 독법 & 읽기 주의

  • 당대 논쟁을 맥락화: 1990년대 한국 사회/문화산업의 권력 구조를 배경으로 읽으면 급진성이 선명해진다.
  • 폭력 묘사감금 상황이 있어 불편할 수 있음. 작품은 이를 미화하기보다 구조 폭로의 장치로 사용한다.

한줄 평 & 추천

한줄 평: “억압을 거울처럼 뒤집어, 우리 안의 권력 감각을 시험대에 올리는 소설.”

추천 대상: 페미니즘/문화연구에 관심 있는 독자, 90년대 한국문학의 전환점을 탐색하려는 독자, 권력과 윤리의 경계를 토론하고 싶은 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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